After Six _ 1 나는 어떤 사람인가 and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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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강요하는 사회
부자. 단순히 정의한다면 돈 많은 사람, 재물이 많아서 살림이 넉넉한 사람을 뜻한다.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 부자를 열망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모두가 바라지만 모두가 될 수 없어, 어쩌면 모두 될 수 있을 것 같아 이를 욕망하는 마음은 더욱 크고 깊어지는 듯하다. 나는 코로나19가 터진 직후 삼성전자 주식을 샀다. 당시 전세금을 마련하느라 목돈을 갖고 있었는데 코로나19가 코로나19라는 이름도 아니었던 때라 이게 얼마나 심각하고, 또 오래갈지 예측하지 못해 목돈을 모두 삼성전자로 바꿨다. 나는 그 목돈이 두 배까지 부푸는 것을 바라보며 내가 아주 운이 좋고, 주식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오판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주식을 했지만 나는 주식 공부를 제대로 한 적이 없는 주린이도 못 되는 사람이었다. 그저 감으로, 욕심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사긴 했으나 펜데믹이 엔데믹이 될 동안 변변찮게도 그 주식을 팔지 못했다. 고점이 왔고, 고점이 지나가는 걸 관망하는 동안 나는 또 다른 주식들을 사고 팔고, 사고 팔았다. 감이었다. 딱 이런 증상을 전문용어로 Fear of Missing Out ; 포모 _나만 뒤처지는 듯한 불안함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처럼 나에게 꽤 짭짤한 수익을 안겨준 것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소중한 내 돈을 한 번도 만져보지도 못한 채 마이너스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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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와 다른 사람이라는 인지
동학개미라는 소리가 나왔을 적에는 지하철이고, 카페고 모두가 주식 얘기만 했다. 처음 보는 풍경이었다. 지금은 그런 소리가 쑥 들어갔다. 그 많은 동학개미는 묶인 돈을 바라보며 지금 숨죽여 울고 있을까. 내 친구는 내가 하는 주식 투자법이 아주 잘못됐다고 여러 번 충고했었다. 그건 투자가 아니라 투기라고. 그래도 내가 너보다 더 벌었거든, 이라며 오만방자한 소리를 했던 나. 너무 창피해서 쥐구멍도 못 들어간다. 한동안 직장 일이 너무 바빠(사실 그 핑계로) 증권 앱을 안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주식을 제대로 공부하는 친구에게 자극받아 계좌를 찾아봤더니, 제 돈을 사이버머니처럼 탕진한 헛된 세월이 그 안에 있었다. 친구를 따라 주식 유튜브 강의를 봤다. 차트 보는 법은 기본이고 단타를 제대로 하는 법, 나처럼 하면 여러분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뭔 법들이 아주 많았다. 듣다 보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천만 원에서, 고작 천만 원에서 몇 억이 뭐야, 수십 억을 번 사람들이 실제 있었다. 그들이 알려주는 법을 듣다보면 처음엔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고, 금방 나는 저렇게 못될 것 같다는 자괴감이 밀려온다. 나는 왜 저들처럼 하지 못하는가? 나 자신을 비난한다. 부자되는 법을 알려줬는데 그대로 실행만 하면 되는데 하지 못하는 나는 열등한 인간인 것만 같다. 비단 주식 영상뿐만 아니라 부와 관련한 동기 부여 영상만 보더라도 그렇다. 마인드를 바꾸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확언한다. 그들의 말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은 모두 다르다. 환경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고 만나는 사람도 다르고 여러 조건에 영향을 받는 존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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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힘들고 고생스러운 간난
부자가 되고 싶은가? 왜? 나에게 물어보자. 우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에게 소리내어 물어보겠다. 나비야, 왜 부자가 되고 싶어? 그럼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잖아. 뭘 하고 싶은데? 여행을 가고 싶어. 어린 시절 읽었던 신비로운 동화의 한 장면 같은 유럽의 고성을 보고 싶어. 해외에서 한 달 살기도 해보고 싶고. 결국, 하고 싶은 일들을 별 어려움 없이 여유롭게 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과연 그럴까? 부자의 반의어는 가난이다. 몹시 힘들고 고생스러움을 뜻하는 한자어 ‘간난’에서 가난으로 형태가 굳어진 말이다. 가난이란 음절은 차치하고, 그 뜻만 보자면 ‘뜻하는 바가 있어 몸시 힘들고 고생스럽게 심신을 단련하는 행위’와 다를 바가 없다. 쏟아지는 잠을 깨치고 이른 새벽 일어나 예불을 드리는 수행자, 원하는 목표가 있어 피땀 흘려 체력을 단련하는 선수들. 수행자가 심신을 단련해 원하는 목표를 이룬다면 그 마음이 넉넉한 부자가 될 것이다. 갖은 노력을 다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한 선수는 자신을 속이지 않고 인내했기에 그 마음이 넉넉한 부자가 될 것이다. 노력하지 않고, 공짜로 얻어지는 부=행복은 절대 없다. 심신을 단련하지 않으면 부자가 되어도 행복의 맛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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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 두 스푼 보태 지금 행복해지기
주식으로 부자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나 자신을 속이는 일 없이 최선을 다해 주식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흐름, 사회 현상을 누구보다 유연하고 빠르게 낚아채는 안목을 길러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부자가 되었다면, 그 행복을 누구와 나누고 싶은지도 생각해보자. 나누고 싶은 이가 아무도 없어서는 곤란하다. 그런 사람은 살림이 넉넉해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부자를 결승선으로 앞만 보고 달리다가 행복을 나누고 싶은 오늘의 소중한 사람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부자가 되어서 하고 싶은, 나를 즐겁게 할 것만 같은 그 일들은 지금이라도 용기 두 스푼 보태면 할 수 있는 일이다. 회사 일이 많다는 핑계로 주말에 잠만 자는 나여, 책을 읽고, 공원을 산책하는 행위에 행복이 있다. 천만 원으로 십 억을 못 불렸어도 행복할 수 있다. 어쩌면 주식 공부보다 오늘 행복해지기 위한 법을 찾는 것이 더 쉬울지 모른다. 오늘 행복하지 못한 사람에게 내일의 당연한 행복은 없다. 행복도 노력이다. 행복할 거리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가 진정한 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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